핀테크/IT > QR코드로 물건만 산다?...출석체크도 하고 아파트 문도 연다

QR코드로 물건만 산다?...

출석체크도 하고 아파트 문도 연다

[강한 금융이 강한 경제 만든다] 中일상 바꿔놓은 ‘간편결제’

22일 찾은 중국 상하이 푸둥신구의 신선식품 마트 ‘허마셴성(盒馬鮮生)’. 한국 대형마트와 비슷해 보였지만 매장엔 카트를 끄는 사람도, 점원 있는 계산대도 없었다.

고객들은 스마트폰으로 진열된 상품의 QR코드를 찍기만 할 뿐 물건을 챙기지 않았다. 쇼핑한 물건은 스마트폰 속 장바구니에 담겼다. 쇼핑을 끝낸 뒤엔 무인계산대에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작동시켜 QR코드로 계산을 끝냈다. 이렇게 구매한 물건은 집으로 배달된다. 집이 3km 이내면 30분 안에 배송된다. 이 때문에 ‘허마셴성과 가까운 곳이 집값도 오른다’는 뜻의 허취팡(盒區房)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모바일 간편결제가 이끈 ‘페이 혁명’이 중국인의 일상과 산업 지형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정보기술(IT)과 금융이 결합한 핀테크 혁신이 유통 혁명, 운송 혁명 등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일상 곳곳에 파고든 간편결제

상하이 금융회사에 다니는 루옌 씨(33)는 지갑 없이 생활한 지가 1년째다. 지하철을 탈 때도, 노점상에서도 QR코드로 계산한다. 루 씨는 “길거리 버스킹 공연을 보고도 QR코드 결제로 성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쩡원징 씨(21)는 “학원 출석 체크나 아파트 현관 열쇠도 QR코드로 대신한다”고 했다.

‘알리페이’, ‘위챗페이’로 대표되는 중국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지난해 중국의 간편결제 거래액은 15조4000억 달러(약 1경7400조 원)로 비자카드, 마스터카드의 전 세계 결제금액(12조5000억 달러)을 웃돈다. 현금 결제와 신용카드 시장을 한꺼번에 넘어서는 금융 혁명이 중국에서 일어난 것이다.

2004년 알리페이를 개발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6년 전 오프라인 상점에서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고객의 은행 계좌에서 상점 계좌로 돈이 지불되는 신개념 서비스를 내놨다. 중국 최대 IT 기업 텐센트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 식당, 병원, 택시 예약 등 일상에 필요한 온라인 서비스를 모두 담아 이를 위챗페이와 연결시켰다. 최근엔 중화권 최대 카드사인 유니온페이까지 뛰어들어 빠르게 시장을 넓히고 있다. IT 기업과 금융사들이 혁신 서비스로 경쟁하면서 중국의 새로운 결제 문화를 구축한 것이다.

여기에다 중국 정부는 불법이 아니면 새로운 서비스를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간편결제 시장이 자생적으로 크도록 했다. 이명호 BC카드 상하이법인장은 “온전히 시장에 맡긴 중국 정부의 ‘노터치’가 알리페이 같은 강력한 사업자를 등장시켰다”고 강조했다.

“정부 개입, 핀테크 혁신에 찬물”

한국도 간편결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간편결제 이용액(하루 평균)은 올해 2분기 1174억 원으로, 1년 새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한국은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돼 계좌이체 방식은 물론이고 삼성페이, 페이코처럼 신용카드 기반의 서비스가 많다.

비씨카드는 최근 국내 카드업계 최초로 실물 카드 없이 QR코드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전국 3만 곳의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QR코드를 단말기에 갖다 대면 결제가 되고 신용카드 혜택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비씨카드는 전국 가맹점 300만 개 전체로 사용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QR코드 결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최근 발표한 ‘QR코드 표준’은 비자, 마스터 등 글로벌 카드사와 호환이 안 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자영업자 수수료 부담을 낮추겠다며 정부가 직접 나서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를 도입하면서 금융사, IT 기업 등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핀테크 생태계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이 많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새로운 결제 서비스 등 핀테크 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판을 열어줘야지 직접 노를 저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글 상하이 김준일 기자
제공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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