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비레시피 > [라이프 트렌드] 외국 발효법 더한다, 덜 짜게 조금 담근다

[라이프 트렌드] 외국 발효법 더한다,

덜 짜게 조금 담근다

김장철 신풍속도 김치의 변신은 무죄라 했던가. 한국인의 전통 식품 김치가 요즘 화려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간 김치를 단순히 ‘반찬용’으로 담갔다면 이제는 뜨거워진 한류 바람을 타고 해외 발효·절임 음식과 결합한 ‘요리’로 거듭나고 있다. 여기에 건강·혼밥 트렌드까지 합류하면서 짜지 않고 더 건강하게 담그는 김장 문화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 올해의 김치 트렌드를 조명한다.

절인 연어·양배추 넣어
색다른 맛의 퓨전 김치
정제소금 대신 천일염

지난 2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김장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서울김장문화제 2018’이 열렸다. 이 행사장을 찾은 러시아인 엘레나(47)는 “딸과 BTS(방탄소년단)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한국식 김장을 체험해보려고 들렀다”며 “러시아에서 배추를 구하기 어려워 당근으로 직접 김치를 담가 먹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류 열풍에 K-푸드의 ‘리더’ 격인 김치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7일 한·스웨덴 음식문화교류전을 위해 방문한 스웨덴의 셰프 데이비드 밀은 현지에서 한식당과 협업해 스웨덴식 김치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고춧가루와 젓갈 등 식재료를 들여와 스웨덴에서 재배된 배추로 김치를 직접 담근다. 그는 “스웨덴에도 전통적으로 생선을 활용한 발효 식품이 많아 스웨덴인도 한국의 김치를 거부감 없이 잘 먹는다”며 “연어절임 같은 스웨덴 발효 음식에 김치를 접목하는 등 창의적인 퓨전 음식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치의 고향인 우리나라에서도 김장김치 문화가 변하고 있다. 첫째로 눈에 띄는 변화는 김치의 퓨전화다. 인터넷에서 요리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혜란(49·경기도 동두천)씨는 그간 퓨전 김치 30여 종을 개발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얼마 전엔 김치와 피클의 장점을 접목한 발효 채소 상품 ‘치클’을 상표등록했다. 그는 퓨전 김치 만드는 법을 강의하는데 최근에는 수강생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이씨는 “특히 독일에서 요즘 한국 김치의 발효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며 “양배추를 썰어 소금에 절인 독일 전통 발효 음식 ‘사우어크라우트’에 마늘·생강·젓갈 등 김치 식재료를 넣은 독일식 김치가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라고 말했다.

둘째 변화는 김장김치의 소량화다. 대량으로 김장을 해왔던 50대 이상 주부들은 대부분 집에서 김장하는 것을 포기하고 젊은 ‘나홀로 김장족’이 대세가 됐기 때문이다. 대상 종가집이 지난달 10~19일 소비자 28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5~30세의 69%가 ‘집에서 혼자 김장한다’고 답했다. 35세 이하 나홀로 김장족은 20포기 이하(60%), 10포기 이하(26%)만 담글 것이라고 답해 김장의 소량화 추세를 보여줬다. 덩달아 대용량보다 중소 용량의 김치통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8월 생활용품 기업 락앤락이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48%가 중간 용량(6~11L)의 김치통을 사용하고 31%가 1~2포기를 담을 수 있는 5L 이하의 소용량 용기를 선택했다. 반면 12L 이상 대용량을 사용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20%에 불과했다. ‘서울김장문화제 2018’에서 만난 김순자 김치명인은 “혼밥과 간편식의 다양화로 1인용 소량 김치 소비 트렌드는 점차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젊은 세대 3분의 1은 ‘10포기 이하’ 김장

요즘 김치의 셋째 트렌드는 저염화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나트륨의 함량을 줄인 저염 김치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배추김치(15.5%), 라면(4.5%), 총각김치(3.5%), 된장국(3.4%), 미역국(2.6%) 순으로 나트륨을 섭취한다. 나트륨 함량을 줄이면 김치의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나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반대다. 저염 김치가 일반 김치에 비해 더 달면서 매운맛·신맛·감칠맛·아삭아삭한 질감에선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한경대 영양조리과학과 황은선 교수팀은 20∼50대 총 50명을 대상으로 저염 김치와 일반 김치의 기호도와 단맛·신맛 등 강도를 9점 척도로 평가하게 했다. 기호도나 강도가 높을수록 점수가 높다. 조사 결과 단맛의 강도는 저염 김치(4.5점)가 일반 김치(3.9점)보다 높았다. 일반인은 저염 김치를 더 달게 느낀 것이다.

저염 김치를 담그는 요령은 여러 가지다. 원래 사용하던 소금을 덜 쓰는 방법도 있지만 더 효과적인 소금으로 대체하는 방식이 있다. 공주대 생물산업공학부 이세은 연구원은 “김장을 할 때 소금을 천일염으로 사용하면 정제 소금보다 미네랄이 풍부하면서 나트륨이 적은 건강한 저염 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신 저염 김치는 염분이 적어 일반 김치보다 빨리 익는 데다 보관 기간이 짧을 수 있다. 이를 극복할 요령도 있다. 김순자 김치명인은 “저염 김치의 경우 김치냉장고 온도를 조절해 일반 김치(4~5도)보다 낮은 온도(1~3도)에서 보관하면 김치를 더 오래 알맞게 익은 상태로 먹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밝혀진 김치의 비밀

겨울 김치, 시원하면서 단 이유

김치의 단맛을 담당하는 ‘류코노스톡’ 유산균이 겨울 김치에서 가장 많이 검출됐다. 김치의 재료인 배추·고추·마늘·젓갈 등은 발효 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유산균을 만들어내는데, 그중 류코노스톡 균은 시원한 단맛을 내는 만니톨과 청량감을 주는 이산화탄소를 생성한다. 세계김치연구소 장지윤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겨울에 담근 김치의 류코노스톡 균은 봄에 담글 때보다 1.37배, 가을보다 1.76배 더 많았다.

김치 맛과 향, 용기에 따라 다르다?

김치의 맛·향은 김치를 담는 그릇 소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성신여대 식품영양학과 고성희 교수팀은 천일염으로 절여 담근 배추김치를 자생식물 추출물로 항균 처리한 폴리프로필렌, 일반 폴리프로필렌, 스테인리스, 도자기 용기 등 네 종류의 저장 용기에 담아 김치냉장고에서 50일간 보관했다. 그 결과, 항균 처리한 폴리프로필렌 용기 속 김치가 가장 아삭거리고 비타민C도 오래 보전됐다.

글 정심교 기자
제공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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