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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쇄국’ 한국 떠나

중국 가는 모바일 헬스케어

SK텔레콤이 중국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한다. 의료법·개인정보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을 벗어나 먼저 해외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SKT, 의료법 등에 막히자 눈돌려
현대차·네이버도 해외 사업 확대
규제 풀리기 기다리다 실기 우려
“차세대 생태계 구축 뒤처질 수도”

26일 재계와 관계 당국에 따르면 SK텔레콤은 2023년까지 ▶베이징·톈진 ▶장쑤성·상하이 ▶광둥성 ▶산시성 ▶쓰촨성 등 5개 권역 총 200곳의 병원·보건소 등 의료기관에 만성질환 관리 솔루션을 구축할 계획이다.

당뇨병 환자라면 먼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난 뒤 의료진이 내리는 맞춤형 처방을 받는다. 이후 별도의 기기를 통해 인슐린을 얼마나 투여할지 등에 대해 집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받는 식이다.

SKT는 이미 SK하이닉스 공장이 있는 장쑤성 우시의 한 병원에서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솔루션을 시작으로 중국 내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 나가겠다는 게 SKT의 구상이다.

기존 의료환경 규제에 건강보험 수가 문제 등이 얽혀 있어 진입장벽이 높은 한국과 달리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SKT 핵심 관계자는 “중국은 의료 접근성이 낮은 편이라 수요가 크다”며 “바이두·알리바바 등이 뛰어들며 시장 규모도 급속히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SKT의 이런 결정이 한국에서 규제가 풀리기를 기다렸다가는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란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에 정통한 한 정부 관계자는 “세계 수준의 모바일 헬스케어 기술을 확보하고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는 점을 그룹 차원에서 안타깝게 여겼다”고 전했다.

국내 규제 때문에 신사업 분야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기업은 SKT만이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월 동남아 차량 공유 업체 ‘그랩’에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7월 호주의 ‘카넥스트도어’, 8월 인도 ‘레브’, 이달 미국 ‘미고’ 등 해외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에 잇따라 투자를 단행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관련 투자가 전무하다. 지난해 국내 카풀업체 ‘럭시’에 50억원을 투자했으나 카풀 운행 규제와 택시 업계의 반발에 지난 2월 투자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네이버는 온라인 결제 같은 핀테크와 블록체인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 자회사 ‘라인’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7517억원을 투자했다. 카카오도 아시아 대표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를 일본에 세웠다.

김용준(성균관대 경영대 교수) 차기 한국경영학회장은 “차세대 첨단 분야에서 기술·인력·자본의 해외 유출이 이어지면 국내 생태계 구축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중국은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어 혁신산업 투자를 촉진하면서 4차 산업 분야에서 미국을 넘보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위주의 ‘디지털 쇄국’이 장기화하면 사업 기회를 잃으면서 국내에서 싹을 틔우기 힘들어진다. 스타트업 ‘휴이노’는 3년 전 심전도 측정이 가능한 스마트워치를 개발해 놓고도 허가를 받지 못해 국내 시판을 못 하고 있다. 심전도 측정 기기는 의료기기로 분류돼 병원에서 쓰이는 심장충격기의 고전압을 버틸 수 있게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손목시계인 휴이노의 스마트워치가 이를 견뎌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판이 미뤄지는 사이 애플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의료기기 승인을 받아 스마트워치 최초로 심전도 측정 센서를 장착한 ‘애플워치4’를 내놓았다. 길영준 휴이노 대표는 “최근 정부의 도움을 받아 시판할 길이 열렸다”면서도 “하지만 3년이나 지난 지금 출시해 봤자 애플워치4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개인 정보를 이용하는 빅데이터 서비스, 블록체인망을 기초로 한 해외 송금, 카풀·차량공유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 등은 규제를 피할 우회로를 찾아 도전해도 ‘불법 딱지’가 붙는다.

유승호 한양대 산업융합학부 교수는 “스타트업 가운데는 ICT와 융합한 신제품을 만들고도 기존에 없던 제품이라는 이유로 인증을 받지 못해 판매에 제약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적어도 세계시장에서 한국이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는 ‘우선 허용, 사후 규제’로 규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 손해용 기자
제공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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