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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누르면 시·소설이 …

용인선 자판기로 문학 뽑는다

지난 7일 오전 9시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구갈동 에버라인(경전철) 기흥역. 역사 2층 승강장으로 오르니 ‘문학자판기’가 눈에 들어왔다. 높이 1m 크기 자판기 윗부분의 버튼을 누르니 3초 후 폭 8㎝의 종이에 글이 인쇄돼 나왔다. 버튼은 짧은 글, 긴 글 두 개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짧은 글은 500자 내외, 긴 글은 2000자 정도 분량이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위기의 책’ 활로 여는 지자체들 작품내용 인쇄된 종이 나오는 기기 역사 등에 설치해 주민들 무료이용 수원시는 공공도서관 짓기 한창 파주시, 열차 한량 독서 공간 조성

문학자판기는 시인 윤동주(1917~1945)의 ‘자화상’, 톨스토이(1828~1910)의 ‘부활’ 등 소설(500편), 시(200편), 수필(300편), 명언(200구)을 제공한다. 버튼을 누르면 임의로 선정된 소설 속 문장이나 시 등이 인쇄돼 나오는 방식이다. 시민 정소진(36·여)씨는 “소설은 일부 내용만 나오는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실제 집 근처 도서관을 찾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용인시는 지난달 24일 시민들이 일상에서 문학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기흥, 동백, 운동장·송담대, 전대·에버랜드 4곳의 에버라인 역과 시청사 로비에 문학자판기를 들여놨다. 설치 2주째인 이날 현재 문학자판기 이용 시민은 1만600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응이 좋자 용인시는 올 상반기까지 버스정류장 등에 5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앞서 2015년 용인시는 국내 지자체 중 처음으로 신간을 도서관이 아닌 서점에서 빌리는 ‘희망도서 바로 대출제’를 시작했다. 빌린 책은 용인시가 서점에서 사들인다. 독서문화도 확산하면서 동네 서점도 살리려는 시도였다. 지난해 3만6000여명의 시민이 8만1000권을 빌렸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어디서든 편하고 재미있게 책과 문학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학 도시를 표방하는 수원시는 공공도서관 짓기에 한창이다. 오는 4월 완공을 목표로 수원시 영통구 하동과 매탄동에 각각 광교푸른숲도서관, 매여울도서관을 건설 중이다. 두 도서관이 문 열면 공공도서관은 모두 24개로 늘어난다. 수원시는 신분당선 광교중앙역 등에 무인 도서 대출·반납 서비스가 가능한 책나루도서관도 운영 중이다.

독서의 계절 9월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 일원에서 ‘2018 수원한국지역도서전’ 행사도 열린다. 지역 내 문화·전통·역사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를 시민과 공유하며 자연스레 시민과 지역출판을 이어줄 계획이다. 지역의 인쇄·기록·출판문화·문학 등 역사를 총망라하는 전시회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출판도시 파주시는 독서바람열차가 인기다. 2015년 말 수도권 최장 전철 노선인 경의·중앙선 문산~용문역(124㎞) 간 열차 한 량을 도서관으로 꾸몄다. 운행시간이 2시간 35분이라 책 읽기에 충분하다. 종이책 500여권, 전자책 4대가 비치돼 있다. 하루 3회 운행한다. 북 콘서트도 열린다.

출판계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책(문학)의 생존을 돕는 지자체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6출판산업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출판사업체 매출총액은 4조278억원으로, 2년 전 4조3203억원보다 2925억원(6.8%) 감소했다. 종사자·사업체 수 모두 줄었다.

천은숙 수원대 학술연구 교수는 “시민에게 책을 가까이 해주는 지자체의 정책은 더욱 확대돼야 한다”며 “독서를 통해 사회를 통찰하는 안목을 기르는 동시에 시민 의식을 향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 김민욱 기자
제공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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