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삶 > 내게 어울리는 차분한 연말여행… 예술과 역사 속으로

내게 어울리는 차분한 연말여행…

예술과 역사 속으로

12월하면 어떤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를까. 보통은 연말, 캐럴, 성탄절, 송년회, 스키 등의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북적거리는 거리, 시끄러운 사람들의 소음, 정신없이 이어지는 연말모임까지, 연말은 늘 피곤하고 바쁜 시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연말은 한 해를 되돌아보며 반성과 충전의 시간을 갖고, 이를 통해 희망찬 새해를 꾸미는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자신과의 대화가 부족한 현대인을 위해 차분한 연말 보내는 법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 연말은 조금 더 특별한 방법으로 맞이해보자. 바로 자신과의 대화를 위해 예술이 담긴 여행지로 조용히 떠나는 것이다. 작품 속 배경이 되었던 곳으로 스토리여행을 떠난다면, 그 누구보다 가슴 따듯한 연말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현대인들의 고독과 어울리는 곳, 전남 순천

1980년 소설가 김승옥이 발표한 단편소설 <무진기행>은 그의 여러 작품 중에서 으뜸으로 꼽힌다. 작품 속 배경이 되는 곳인 ‘무진’은 실재하지 않는 마을이다. 훗날 작가는 <무진기행>의 배경이 자신의 고향인 전라남도 순천의 순천만과 포구였다고 밝혔다.

<무진기행>의 시대적 배경은 산업화가 급격히 진전되던 1960년대이다. 배금주의, 출세주의, 산업화·도시화 등과 같은 여러 사회 병리적 현상들을 그는 안개 자욱한 무진을 배경삼아 허무주의적인 시각으로 그리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인 윤희중은 일상을 벗어나고 싶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고 일상으로 회귀하는 시민으로 나온다. 주인공이 갈등하는 모습은 정신없이 바쁜 삶을 살아가는 지금 현대인들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무진기행에서 주인공은 큰 변화가 닥칠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

지금의 순천만은 상당 부분이 ‘순천만자연생태공원’으로 바뀌었다. 이 공원에는 순천만의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는 ‘용산전망대’가 있다. 용산전망대에서 보는 탁 트인 전경과 황홀하기까지한 일몰이 매우 인상적이다. 순천만의 대표 절경은 갈대, 갯벌과 함께 S자 곡선의 수로이다. <무진기행> 속 주인공처럼 고뇌와 사색을 즐기며 인생에 대한 고찰을 하고 싶다면 전남 순천으로 발걸음을 옮길 것을 추천한다.

전북 군산, 과거와 현재의 오묘한 분위기

여행지에서 진정한 볼거리란 눈으로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무언가를 가슴으로 느끼게 해 주는 데 있다. 일상을 벗어나 여행지에서 만들 수 있는 진정한 힐링을 느끼고 싶다면 전라북도 군산은 어떨까. 군산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오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곳이다. 이곳은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배경이자 작가의 고향이기도 하다.

1930년대 군산은 ‘일본인들의 도시’라 불릴 정도로 일본인이 많이 거주했다. 지금도 군산의 장미동과 월명동, 신흥동 등 군산 내항 일대에는 일제강점기 군산항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조선은행, 일본 제18은행, 군산세관, 동국사, 일본식 가옥 등을 비롯한 170여 채의 건축물들이 항일독립의 상징이 되어 자리 잡고 있다. 근대역사박물관, 근대미술관 등 일제강점기의 근대사를 살필 수 있는 문화공간도 들어서고 있다. <탁류> 한 권을 손에 들고 군산을 둘러본다면 무척 인상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경주, 아련한 로맨스를 되돌아보다

수학여행지라는 타이틀이 강했던 경주가 최근에는 가장 ‘핫 한’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경주의 매력은 천년이 넘도록 잘 보존되어 있는 문화재들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과 체력만 받쳐 준다면 도보로도 감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혼자 하는 여행에도 경주는 지루할 틈이 없는 곳이다. 넓게 펼쳐지는 능과 고분들, 우주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은 첨성대, 정교하면서도 마음까지 경건하게 만드는 불국사, 신비로움이 가득한 석굴암 등은 정신없이 보내기만 했던 지난 한 해와 복잡한 심경을 정리하기에 충분하다.

문화 여행으로는 여러 차례 영화에 나왔던 코스를 돌며 지나간 감성에 젖어보는 것도 좋다. 올해 개봉됐던 영화 <경주>는 이미 지나가버린 로맨스를 경주라는 배경에 녹여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는 고분능, 찻집 ‘아리솔’, 황룡사마루길이 등장한다. 아리솔에서는 박해일(최현)이 마셨던 황차 외에도 보이차, 감잎차, 홍삼귤피차, 십전대보탕 등 30여 가지의 차를 맛볼 수 있다. 또 잠시 영화 속 박해일이 되어 자전거를 빌려 경주의 잔잔한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제공 : 웹브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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