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IT > "비트코인 하루밤새 반토막 가능"...금감원, 첫 유의사항 안내

“비트코인 하루밤새 반토막 가능”…

금감원, 첫 유의사항 안내

#한 핀테크 업체에 근무하는 A씨는 아침이면 진기한 광경을 목격한다. 직원들이 모두 비트코인ㆍ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거래를 하고 있다. 이씨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가상화폐 거래소인지 착각할 정도란다.

가상화폐 시장 폭증에 따른 피해 발생
“금감원, 감독의무 없지만 시장 안정 위해”
법정화폐 아니라 누구도 보증 않고
거래소 해킹 당해 가상화폐 사라질 수도

#뉴질랜드에 사는 B씨는 얼마 전 동생에게 전화를 받았다. 아무래도 부모님이 다단계에 빠진 것 같다고. 심지어 대출을 받아 또 투자를 하려고 한단다. B씨가 알아보니 부모님이 투자하려는 가상화폐는 비트코인처럼 거래되는 코인이 아니라 사기성이 짙은 유사코인 같았다. “가족의 연을 끊자”고 까지 말했지만 부모님은 “내 돈 내가 알아서 한다. 분명히 내년 상장되면 대박난다”며 막무가내였다.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폭등하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작년까지 국내 비트코인 거래량은 1만 비트코인에도 못 미쳤지만 지난 21일 거래량은 6만비트코인을 웃돈다.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ㆍ이더리움ㆍ리플 등 가상화폐 하루 거래량은 1조원을 웃돌기도 한다. 코스닥 시장 거래량의 3분의 1 수준이다.

거래량이 폭증하다보니 전세계 가상화폐 시장에서 원화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가상화폐 정보제공 업체인 코인힐스에 따르면, 22일 기준으로 달러(30.19%), 엔화(26.54%), 위안화(17.91%) 등에 이어 원화(15.23%)가 비트코인 거래 통화의 4위를 기록했다. 가격 등락폭이 더 큰 가상화폐 이더리움은 원화가 전체 거래량의 25%를 차지, 달러를 제치고 1위 통화에 올랐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법적 지위가 없다. 화폐도 아니고 그렇다고 금융투자상품도 아니다. 시장이 과열되면서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는 게 현실인데 규제 울타리 밖에 있다보니 이들에 대한 보호책은 전무한 상태다.

이런 현실에서 금융감독원이 22일 ‘가상통화 투자시 유의사항 5가지’라는 자료를 냈다. 금융감독 당국이 가상화폐 관련해 공식적으로 경고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성일 금감원 ITㆍ금융정보보호단 선임국장은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기구라 가상화폐 시장에 관여할 의무는 없지만 과열된 시장을 어느 정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봤다”며 “일반 이용자들이 가상화폐의 법적지위 및 속성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가상화폐 투자시 유의사항을 안내한다”고 말했다.

①가상화폐는 법정 화폐가 아니다

가상화폐의 ‘원조’격인 비트코인은 2009년 정체불명의 엔지니어들이 만든 P2P(Peer to Peerㆍ개인 간 거래) 전자 금융거래 시스템이자 새로운 화폐다. 기존의 화폐 체계에 대한 불신이 퍼지면서 이상적인 화폐를 구현하려는 동기에서 출발했다. 비트코인은 2140년까지 총 2100만 개만 유통된다. 공급이 제한되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화폐이면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도 불린다.

가상화폐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법정 화폐가 아니다. 일본ㆍ호주 등에서 가상화폐를 법적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공식 화폐로 인정했다고 보기는 어렸다.

때문에 가상화폐에 대해 세계 어느 나라도 보증을 해 주지 않는다. 당연히 이용자가 가상화폐 거래소 등에 보유한 계좌 잔액은 예금보험공사의 보호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또 가상화폐는 발행자에 의해 사용 잔액을 환급하거나 현금 또는 예금으로 교환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 또는 전자화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가상화폐와 관련한 어떤 피해를 입어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길이 없다. 지난 4월 경찰이 범죄 수사과정에서 압수한 비트코인을 어떻게 처리할 지 몰라 난감해 하는 것도 비트코인의 법적 지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②가상화폐는 하루밤새 반토막 날 수 있다

가상화폐는 금융투자상품도 아니다. 주식처럼 가치가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경우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가 없다. 하루에도 50% 오를 수도 50% 떨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지난 달 25일 1비트코인 가격이 468만원까지 폭등했다. 그러다 하루 새 325만원으로 원금의 30% 넘게 날아갔다. 고점에 들어갔다면 100만원이 하루 아침에 70만원이 된 격이다. 이더리움은 가격이 더 출렁였다. 지난 달 25일 38만원을 웃돌았지만 27일엔 16만원선까지 급락했다.

또 비트코인 거래소 등이 해킹 당해 가격이 폭락하는 경우도 있다. 2013년 당시 세계 1위 가상화폐 거래소 마운트콕스가 해킹을 당해(조사 결과 경영진의 횡령으로 밝혀졌다) 이듬해 2월 파산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다.

게다가 가상화폐에 대한 국내ㆍ외 입법 등 규제환경의 변화가 가상화폐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초 중국이 외환 관리를 위해 가상화폐 거래를 막으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일주일새 160만원선에서 80만원선으로 반토막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원유나 금처럼 사용 가치나 저장 가치가 있는 실물 자산이 아니다. 또 기업이 장래 얼마를 벌어들이느냐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주식과도 다르다. 가상화폐의 적정 가치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내고 "빨리 가상화폐 시장에서 탈출해라"고 했지만,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일부 전문가는 비트코인 가치가 1만달러 또는 그 이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③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다단계 유사코인에 주의

더 큰 문제는 우후죽순 생겨 나는 유사코인이다. 거래에 널리 이용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가상화폐는 해당 구조와 작동 원리에 대한 모든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소스 코드를 제3자에게 공개한다. 가상화폐의 발행 주체가 존재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경우 비영리재단이 가상화폐 규칙을 운영하는 등 투명한 지배구조를 보유한다.

다단계 유사코인은 그러나, 소스코드를 제3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며 사적 주체가 유사코인을 발행 및 유통한다. 이용자에게 원금을 보장하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상록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원금을 보장하면서 무조건 얼마 뒤 몇 배의 수익을 약속하는 경우는 대부분 사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④가상화폐도 해킹 등 위험에 노출

실물이 없는 가상화폐의 특성상 사기를 당하거나 사이버 공격의 대상이 될 위험이 크다. 일단 가상화폐 거래를 실행하면 되돌릴 수 없으므로 사기 또는 우발적인 거래로 인한 손실을 복구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송금을 잘못하면 해당 계좌 주인에게 연락해 돈을 반환 받을 수 있지만, 가상화폐 세계에서는 돌려 받을 길이 없다. 지갑(계좌)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흔히들 가상화폐는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보안성이 높고 해킹 등이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가상화폐를 보관하는 지갑이 위ㆍ변조되거나 유실돼 하루 아침에 자산이 사라질 수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가상화폐 취급업자)의 전산시스템이 취약한 경우, 이용자가 거래소에 맡겨 관리하고 있는 가상화폐의 금액과 거래 내역 등이 기록된 고객원장이 해킹으로 위ㆍ변조될 위험이 존재한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관리하는 암호키가 유실되는 경우 가상화폐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한편,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보관하는 가상화폐 발행 총액에 비해 국내 거래량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해외 시장과 비교해 국내 가상화폐 가격이 10% 안팎 높게 형성돼는 등 시장 과열이 우려된다. 아직 가상화폐 시장이 완전하지 않으며 시세조작 방지 등을 위한 규율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열된 국내 시장 이용자들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⑤가상화폐 거래소의 안정성에 유의

가상화폐 거래소는 개인 이용자를 대신하여 가상통화 거래를 위하여 필요한 암호키(개인키, Private key)를 보관하고 있으며, 이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망에 연결된 가상통화 보관지갑(Hot-Wallet)은 해킹 등 사이버 공격에 항상 노출돼 있으므로 상시거래를 위한 최소한의 암호키만을 보관해야 한다. 또한, 인터넷망과 물리적으로 차단된 별도의 저장매체 등(Cold Storage)을 활용해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암호키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암호키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적절한 키 관리 원칙 등을 수립하지 않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해킹 공격을 받아 가상화폐가 유실된 사례가 발생했다. 또한, 해킹 등의 사고발생시 이용자에게 손실을 전가하는 등 이용자의 피해를 키워 가상화폐 거래소의 이용자보호에 허점을 드러냈다.

따라서, 이용자는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하기 전에 해킹 등의 사고발생시 가상화폐 거래소가 적절히 책임을 부담할 것임을 약관상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지 여부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글 고란 기자
제공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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