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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자산과 인출전략

조기에 소진되지 않게

은퇴 후에는 그때까지 모아둔 노후자산을 꺼내 써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노후에 마름 없는 현금 흐름을 발생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노후자산을 꺼내 쓸 때도 전략적으로 계획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노후자산을 잘 축적하는 것만큼이나 축적한 노후자산을 계획적으로 잘쓰는 것도 중요하다. 조기에 소진되지 않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생전에 가난하게 살다가 유산을 남기는 그런 일이 생기는 것도 곤란하다. 그동안 모아둔 노후자산에서 매년 얼마를 찾아서 쓸 것인지 인출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하철규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은‘쓰는 것이 모으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보고서에서“근로기간에는 은퇴에 대비해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연금과 노후자금을 저축하는 ‘자산축적 단계’가 중요하다면, 은퇴 후엔 생명주기에 맞게 저축•투자자산에 대한 인출비율을 관리하고 배분해 안정적으로 노후소득을 창출하는‘인출•소비 단계’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인출전략은 개인적인 문제일 수 있다. 생활환경, 생활방식 등이 모두 다르므로 일률적인 인출전략을 적용할 수는 없다. 나이, 노후기간, 운용수익률, 물가 상승률, 생활비 등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김혜령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수석 연구원은“수명이 늘어난 만큼 돈의 수명도 늘려 이 둘을 일치시키는 것이 인출 전략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가 기준으로 삼아볼 만한 것은 있다. 노후자금 인출 전략으로 제시된 방법을 짚어보자.

목적별로 나눠보자

우선 노후자산을 노후생활의 목적에 맞게 배분하는 방법이다. 그러니까 노후 생활비를 필수생활비와 비필수생활비로 나눠서 각각 자산을 배분한 후 각각에서 찾아서 쓰는 것이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 따르면‘필수생활비’는 식료품, 주거비, 세금, 교통비, 기본 의료비, 통신비 등 기본적이고 계속적인 생활에 필요한 금액이다.

따라서 필수생활비는 3층 연금, 임대소득 등으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것이 좋다. 물론 주택연금도 있다. 주택 연금은 9억 원 이하의 1주택을 소유한 만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주택연금은 월지급금을 일정기간에 만 받는 확정기간방식도 있지만, 종신토록 받을 수도 있다. 종신방식을 선택할 때는 인출한도(대출한도의 50% 이내)설정 후 나머지 부분을 월지급금으로 종신토록 받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월지급금 예시는 <표1>과 같다. 한편 지난 6월 5일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9억 원이 넘는 주택을 보유한 어르신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비필수생활비’는 여행, 엔터테인먼트, 선물 등으로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지출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저축 또는 투자자산에서 찾는 것이 좋다. 노후자산의 투자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서는 노후생활비를 필수생활비, 여유생활비, 긴급자금 등으로 나눴는데, 가령 필수생활비는 국민연금이나 종신연금 등을 이용해 종신토록 끊이지 않도록 한다. 장기간 계속되는 노후 생활 기간에 구매력 보존을 위해 물가연동채권 등을 사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여유생활비는 그 속성상 사정이 허락하면 좀 더 많이 쓰고 여의치 않으면 잠시 줄여 쓸 수 있는 자금이다. 여유생활비에 해당하는 소득은 국내외 주식과 채권, 부동산과 같은 투자자산에 배분해 투자하는 방법이 추천되는데, 수익이 많이 났을 때는 좀 더 넉넉하게 쓰고, 그렇지 않으면 해당 지출을 줄이면 된다.

4%의 법칙

3층 연금, 주택연금 등 연금 자산은 인출 시기를 선택하면 매월 일정한 현금흐름이 발생한다. 그러니까 활동기, 회상기, 간병기 등 각 노후기간의 생활 수준에 맞춰 인출 시기를 결정하면 된다. 그럼 그동안 저축•투자로 축적한 자산은 어떻게 인출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것이 약 20년 전 미국에서 개인 재무관리사로 일하던 윌리엄 벤젠이 발표한‘4%법칙’이다. 4%법칙은 은퇴 첫해에는‘은퇴 시점의 금융자산×4%’ 를 인출해서 쓰고, 그 다음해에는 첫해 인출금액에‘인출액 직전 연도 인출액×물가상승률’만큼을 더해서 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유자산이 3억 원이면 첫해에는 4%에 해당하는 1200만 원(월 100만 원)을 인출하고, 그 다음해에는 물가 상승률(연 2% 가정)을 고려해 1224만 원을 쓰면 된다.

그런데 일부 은퇴전문가들은 4%법칙이 현재의 저금리 환경에는 맞지 않는다고 본다. 4%법칙은 국내 우량주(S&P500)와 중기 국채, 두 가지 자산에만 투자한다고 가정했다. 또한 4%법칙은 노후기간을 25년으로 잡았는데, 지금은 노후기간이 더 길어졌다. 이에 3%를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 따르면 인출비율을 3%로 낮추면 은퇴나이를 65세로 가정했을 때 자산이 98세까지 33년간 인출할 수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서는‘일시금승수’를 활용한 인출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은퇴자가 보유한 노후자금을‘일시금승수’로 나눠 매달 찾을 금액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서 개발한 일시금승수는 노후생활 기간, 물가인상률, 보유자금 목표수익률에 따라 달라진다.

인출금액 늘리려면

위의 법칙을 활용하면 인출금액을 쉽게 계산할 수 있고, 큰 변수가 없다면 자금 고갈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인출금액을 더 늘릴 방법에 대한 혜안은 필요하다. 그러니까 저축•투자 자산 중 인출 후 남은 자산을 주식, 채권, 금융자산 등에 분산투자해 기대수익률을 높여 인출금을 늘려야 한다. 수명이 길어져 자산 운용기간이 길어진 만큼 주식 등 위험 자산에 어느 정도 투자하는 것을 고려해 볼만하다.

따라서 투자 성과에 따른 인출 전략을 알아둘 필요도 있다. 미국 파이낸셜플래닝협회 이사인 조너선 가이턴이 제시한 ‘4가지 인출 규칙’이 바로 그것이다.<표2 참고> 그는 이 인출 규칙을 지켜나가면 인출금액을 10~20% 정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4가지를 모두를 적용하기 어렵다면 두어 가지만 활용해도 된다. 이 외에 김혜령 수석연구원은 중도에 인출금액을 변화시키는 방법도 소개했다.

우선 전년에 쓰고 남은 노후자산의 4%를 올해 인출하는 방법이다. 지난해 말 남은 노후자산이 4억 원이라면 올해 1600만 원(4억 원×4%)을 꺼내 쓰고, 올해 말 남은 노후자산이 3억 8000만 원이면 내년에는 1520만원을 인출하는 식이다. 다음은 매년 사용하고 남은 노후자산을 기대여명으로 나눠서 찾는 방법이다. 전년에 남은 노후자산이 4억 원이고 부부의 기대여명이 30년이면, 올해 인출 금액은 1333만 원이다. 매년 노후자산이 줄지만 기대여명도 줄어든다. 한편, 보유자산에서 생활비를 꺼내 쓸 때‘시퀀스리스크(sequence of returnsrisk)’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시퀀스리스크는 여러 해 동안 자산운용할 때 인출 등의 현금흐름이 있으면, 기하수익률이 같아도 수익률의 순서에 따라 실현된 성과가 달라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시퀀스리스크는 초기수익률에 따라서 달라지며, 인출률과 기대수익률이 높을수록 커진다. 김혜령 수석연구원은 “시퀀스리스크에 대한 대응이 늦으면 노후파산이 예상 밖으로 빨리 다가올 수 있다”면서 △고위험 고수익 자산에 투자를 할 때는 시퀀스리스크를 고려해 운용성과에 따라 인출액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전략을 함께 실행할 것 △은퇴 초기에 실현된 수익률이 낮다면 인출액을 반드시 재점검할 것 △인출액을 유연하게 조정하기 어렵다면 중위험 중수익 포트폴리오를 가져갈 것 등을 제안했다.

글 유선미 기자
제공 : 웰스매니지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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