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IT > 비트코인을 진짜 돈 대접하는 일본…'현금 없는 사회' 빨라진다

가상화폐-엔화 거래하는 사업,
등록제로 바뀌고 부가세도 폐지

SBI그룹 등 10여곳 뛰어들어
대형 은행들도 앞다퉈 도입

올 26만개 점포서 비트코인 결제…거래량 늘면서 가격도 급등

일본 산업계와 금융계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일본은 현금 결제를 선호해 신용거래 발전이 서구 선진국은 물론 한국 등 주요 신흥국에도 뒤처졌다. 하지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자 수요가 빠르게 늘자 가상화폐 활성화를 통한 ‘탈현금(캐시리스)’ 사회로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결제나 송금 편리성은 물론 보안 측면에서도 가상화폐의 강점이 두드러지는 만큼 정부 차원의 법적·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기업, 가상화폐 도입 러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거래사업에 SBI그룹 등 10개사 이상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가상화폐는 지폐나 주화 같은 실물이 아니라 인터넷상에서 거래되는 화폐로, 중앙은행에 해당하는 관리자가 없는 게 특징이다. ‘거래소’로 불리는 전문사업자를 통해 실제 화폐와 교환할 수 있다.

인터넷 금융회사 SBI그룹은 SBI버추얼커런시즈라는 회사를 세워 가상화폐와 엔화 간 거래를 중개하는 거래소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가상화폐 거래소에선 비트코인뿐 아니라 거래액 2위 가상화폐인 이더리움도 취급할 예정이다.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 GMO인터넷그룹도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투자자 수요를 보면서 거래하는 가상화폐의 종류를 늘릴 방침이다. 카부닷컴증권 같은 온라인 증권사와 외환거래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머니파트너스그룹도 가상화폐 거래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에선 지난달 자금결제법이 개정된 이후 가상화폐를 거래하려면 ‘가상화폐 교환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재무상황이나 고객자산 관리시스템 등을 조사해 재무국이 등록을 승인한다. 일본 가상화폐사업자협회에 따르면 18개사 정도가 가상화폐 거래 등록을 준비 중이며, 인터넷 증권사 등 10여곳이 신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 주요 은행도 가상화폐 분야에 경쟁적으로 발을 담그고 있다. 지난달 말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리소나은행, 요코하마은행 등 56개 은행은 송금시스템 연합체를 결성해 가상화폐를 사용한 송금 실험을 하기로 합의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여러 은행의 거래기록을 공유하고 상호 인증해 가상화폐 송금이라는 공동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은 내년 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가상화폐 발행을 목표로 이달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단계적인 가상화폐 사용 실험에 들어갔다. 연내 2만700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자체 가상화폐인 ‘MUFG 코인’을 발행해 송금 및 구내식당 등에서 사용하기로 했다.

‘현금 없는 사회’ 앞당길까

일본 금융·산업계가 앞다퉈 가상화폐 사업으로 몰리는 이유는 가상화폐를 이용하는 고객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일본에서 거래량이 급증한 덕에 1비트코인당 1422.22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비트코인 거래에서 일본 엔화가 차지한 비중은 52.35%에 달해 달러화(28.12%), 위안화(8.23%), 유로화(4.92%) 등을 압도했다.

대형 가전제품 매장인 빅카메라와 여행·식음료·외식·미용 관련 결제지원 서비스업체 리크루트라이프스타일 등 일본 내 26만여개 점포에서 올해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일본 소비자단체인 국민생활센터가 집계한 지난해 가상통화 관련 상담 건수도 634건으로 2014년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가상화폐가 빠르게 뿌리 내리면서 일본의 높은 현금결제 비중을 가상화폐가 낮출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일본은 여전히 주요 은행 객장마다 인감을 지참해 현금을 인출하는 고객을 흔히 볼 수 있고,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는 매장이 적지 않다. 일본 국내총생산(GDP) 대비 현금유통 잔액 비율은 19.4%로 미국(7.9%), 한국(5.5%), 스웨덴(1.7%) 등보다 크게 높다. 일본 금융회사들은 경쟁국 업체에 비해 현금 보관과 운송, 이체 등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본 정부의 가상화폐 활성화 지원도 예사롭지 않다. 오는 7월부터 가상화폐를 구입할 때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사업자 등록제 시행으로 거래 안전성과 신뢰성도 높이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결제·송금 비용이 싼 가상화폐가 활성화되면 금융권의 비용 부담도 최대 10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 김동욱 특파원
제공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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