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IT > 길거리에서 바나나 살 때도 "위챗페이!"..'모바일 페이 대국'으로 크는 중국

길거리에서 바나나 살 때도 “위챗페이!”…

‘모바일 페이 대국’으로 크는 중국

# “노 캐시(No cash), 웨이신(微信)!”
지난 9일 중국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시 그랜드뷰 백화점 앞. 노점의 바나나를 사기 위해 10위안짜리 지폐 두 장(약 4000원)을 내민 한국인 관광객 김상수 씨는 노점상의 말에 움찔했다. 노점상은 매대에 붙어있는 QR(Quick Responseㆍ퀵 리스판스) 코드를 가리켰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 ‘위챗페이(微信支付)’로 결제하란 얘기다. 김씨가 주저하자 노점상은 “안 살 거면 가라”고 면박을 줬다.

# 같은 날 중국 유명 중식 프랜차이즈 ‘아이러브귀리’ 광저우점. 이곳에선 종업원 없이 모든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위챗으로 QR코드를 찍어 메뉴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제도 위챗페이로 가능하다. 아이러브귀리의 린샨얼(林珊而) 매니저는 “종업원과 손님이 대화할 일이 없어졌다”며 “위챗페이 덕에 인건비도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광저우 같은 중국 대도시에선 지갑이 필요 없어졌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대중교통과 식당은 물론 노점에서도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용돈을 줄 때도 스마트폰을 꺼내는 게 자연스럽다. “거지도 QR코드로 구걸한다”는 말이 돌 정도다. 불과 3년 사이에 모바일 페이가 무섭게 확산한 덕이다.

중국의 모바일 페이 성장을 이끈 양대 공신은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다.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알리바바가 내놓은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알리페이’, 중국 최대 메신저인 위챗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위챗페이’다. 지난해 중국 모바일 페이 시장은 알리페이가 50%, 위챗페이가 38%를 차지했다. 이 두 서비스를 통해 결제된 금액은 지난해에만 6300조원. 같은 해 미국 전체 모바일 결제 금액(약 125조원)의 50배가 넘는다.

특히 위챗페이는 최근 성장을 거듭하며 일등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9억 명에 달하는 위챗 사용자가 든든한 후원군이다. 개인 간 송금 서비스의 일종인 ‘홍바오(紅包)’ 같은 초히트 상품도 여럿 나왔다. 빨간 봉투란 뜻의 홍바오는 위챗페이가 2014년 선보인 디지털 세뱃돈 서비스다. 올해 중국의 춘절(설) 기간에만 640억 건이 오갈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장쥔(張軍) 위챗 홍보팀 부총괄 매니저는 “해외에 있는 친척에게도 클릭 몇 번이면 홍바오를 보낼 수 있다”며 “이용자 편의를 고려한 서비스가 위챗페이의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페이의 급성장은 엄청나게 커지는 중국 핀테크(Finance+Technologyㆍ정보기술과 결합한 금융서비스) 산업의 한 단면이다. 컨설팅기업 KPMG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10대 핀테크 기업 명단에는 중국 기업이 5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알리페이를 서비스하는 앤트파이낸셜, 온라인 대출업체인 취뎬, 개인간 대출(P2P) 업체인 루팩스, 온라인 보험회사 중안보험, 온라인 종합금융사 제이디파이낸스 등이다.

한국 핀테크 업체는 세계 100위권에도 끼지 못했다. 모바일 결제 시장에선 네이버페이와 삼성페이가, 모바일 송금 시장에선 토스와 카카오페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중국 업체와는 양적ㆍ질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국내 핀테크 산업이 중국을 쫓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정부의 금융 규제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모바일 해외 송금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은 해외 송금을 하려면 금융거래 실명법에 따라 매번 실명확인을 해야 한다. 송금 애플리케이션에 자신의 개인 정보를 등록해도 송금을 할 때마다 신분증을 촬영해 보내거나 영상 통화로 실명 확인을 따로 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런 규제가 없다.
박수용 글로벌핀테크연구원장은 “중국 역시 금융 규제가 느슨한 나라는 아니지만, 핀테크 시장을 신성장 산업으로 보고 과감히 규제를 완화했다”며 “한국 정부도 핀테크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상당 부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용카드 보급이 잘 된 한국 사정이 오히려 모바일 결제 시장 성장엔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규제 때문에 신용카드 발급과 사용이 활발하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스마트폰을 이용한 간편 결제에 소비자들이 열광했다는 얘기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스타트업은 기존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파고 들어야 성공할 수 있는데, 한국 소비자들은 신용카드 사용 여건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어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급성장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중국 업체들이 훨씬 간편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많이 선보인 것도 중국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진 또다른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 안별 기자
제공 : 중앙일보

  • 위비톡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이 코너의 다른기사

위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