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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나?

중국이 인공지능(AI) 굴기에 시동을 걸었다. 당국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과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규모만 놓고 보면 이미 미국과 양강 구도를 그리고 있다.

중국 경제, 인공지능이 견인한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5일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격) 정부 업무보고에서 인공지능을 차세대 신흥 산업 발전 계획에 포함시켰다. 정부 업무보고에 인공지능이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바이오, 5G 등 보다도 우선 순위에 놓였다.

이에 호응하듯, 실무부처인 과학기술부도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국회에 상당)기간 구체적인 인공지능 로드맵(인공지능 혁신 발전 계획) 초안이 작성 중에 있다고 밝혔다. 산업, 사회, 민생, 공공,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을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실질적인 재정 지원 방안도 담길 예정이다.

이를 두고 중국 소후IT는 "인공지능이 중국 경제성장의 최우선 과제로 채택된 것"이라며 "중국 고위 지도층이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14년이다. 당시 시진핑 국가 주석은 중국과학원 제7차 전국대표대회 개회사에서 "인공지능 산업 전반의 혁신과 도약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그 후 '13차5개년 계획(2016~2020년)', 중국제조2025, 로봇산업발전계획, 인터넷 플러스 인공지능 프로젝트,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에 잇따라 포함됐다.

올초에는 인공지능을 담당하는 국가급 연구소도 출범했다. 국가개발개혁위원회(NDRC) 주도로 만들어진 딥러닝 센터로, 바이두를 비롯한 민간 기업과 주요대학 연구소, 국책 연구기관 등이 참여했다.

NDRC는 오는 2018년까지 중국 인공지능 시장의 규모를 152억 달러(약 17조원)까지 키운다는 단기 목표를 내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황췬제 중국 중터우증권 연구원은 "빠른 시일내에 인공지능 산업 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올 것"이라며 "이에 따라 향후 2~3년 내로 각 산업분야의 실질적인 인공지능 도입과 기술 방면의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국인 삶 파고드는 인공지능

이 같은 정부의 지원 속에서 중국 IT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인공지능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IT 업계를 대표하는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물론 디디추싱(차량 호출 서비스)과 같은 스타트업까지 나서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 AI 선두주자인 바이두의 경우, 지난 2년간 이분야에만 200억 위안(약 3조 200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분야 역시 자율주행, 지도, 음식배달, 검색, 생체 인식 등 다양한 분야로 세분화하고 있다. 관련 인력도 1300여 명에 달한다. 부족한 기술력을 인해전술로 극복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실리콘 밸리의 우수 AI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미국 기업보다 15% 높은 연봉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 역시 왓랩(What Lab, 위챗-홍콩과기대 연합 연구소)을 포함해 다양한 인공지능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디프봇(Diffbot, 트래픽 분석 전문), 아이카본엑스 등 실리콘 밸리 업체들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특히 지난해 선보인 바둑 인공지능 줴이(?藝)가 얼마전 세계 인공지능 바둑대회(알파고 불참)에서 무패 우승을 거두며 텐센트의 AI 기술력도 증명됐다.

중국의 인터넷 도시 저장성 우전시가 지난해 발간한 ‘세계 AI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인공지능 관련 기업은 709 곳으로 미국(2905 곳)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투자 유치(14 6건)나 관련 특허(1만 5745 건)도 미국에 이은 2위다. 투자 집행 기관도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정치 경제만이 아닌 AI도 G2 시대가 된 것이다.

산업 각계에서 인공지능을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중국의 타이캉보험(泰康保險)은 최근 온라인에서 고객에 응대하는 보험 로봇 타이캉을 선보였다. 타이캉은 안면인식, 챗봇 기능을 통해 직접 고객과 대화하고 보험계약 업무를 처리한다. 하루 이용자가 약 5500만 명에 달하는 뉴스 앱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 오늘의 헤드라인) 역시 인공지능을 통해 고객들에게 알맞는 뉴스를 찾아주고 있다. 중국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디디추싱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적인 배차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4년 조사 결과 한국의 AI 기술은 중국에 0.3년 앞서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중국 기업들의 'AI 굴기'를 볼 때, 규모는 물론 기술 방면에서도 중국에 추월당했을지 모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5일 발표한 '인공지능시대, 한국의 현주소는'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 응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중국에 10% 포인트 이상 뒤쳐졌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두가 AI 연구소 설립에만 약 3600억원을 쏟아부은 반면 네이버의 AI 투자는 천억원대, 삼성전자는 수 백억원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나?

중국의 인공지능 굴기가 매서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력 수준을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인공지능 시장의 몸집만 커졌지, 실질적인 기술력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중국 인공지능 거품론도 제기된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약속된 가운데, 인공지능 관련 업체들이 투기자본의 타깃이 되면서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차이나랩은 지난 3월 23~26일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 중국의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이날 발표에는 장야친(張亞琴) 바이두 총재를 비록한 7명의 AI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왕샤오촨(王小川) 소우고우(搜狗) CEO=중국의 인공지능 수준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AI를 주도하는 건 미국이지만, 이를 구성하고 있는 전문가나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보면 중국계 화인(華人)들이 많다. 중국은 유독 인터넷이나 신기술의 발전이 빠르고 동시에 시장성도 갖추고 있다. 신랑망(SIna.com), 왕이(163.com) 등 인터넷 매체가 인공지능과 함께 빠르게 변하고 있다. 반면 미국 매체들은 아직도 전통적인 부분을 고수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알리바바, 징둥 등의 기술력은 미국 업체들보다 더 강하다. 인터넷 금융 역시 미국보다 낫다고 할 수 도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은 향후 미국보다 더 많은 부분에 AI를 도입하고 실질적인 수익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돈도 많다. 누군가는 중국 AI시장에 거품이 껴있다고 하지만, 이같은 거품이 오히려 AI 산업 발전의 기폭제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망하는 회사도 많지만 거기서 살아남는 기업도 많을 것이다.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이 아직까지는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고 본다. 이미지 처리보다 언어를 학습하는 게 훨씬 어렵다. 인간은 간단히 해내는 호텔 예약이나 식당 찾기 등에도 인공지능은 의외로 어려움을 겪는다.

한번은 AI가 “주차장을 찾아드릴까요”라고 물어봐서 “나는 차가 없는데?”라고 말했더니 AI는 그 다음으로 넘어가기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아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 AI의 번역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재밌는 사실은 AI는 유창하게 발음은 할 수 있어도 자기가 뭐라고 했는지 진정한 의미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은 인간의 영역이 남아 있는 것이다.

알파고가 능력이 뛰어나지만 한번씩 어처구니 없이 인간에게 경기를 패배한 것을 기억하는가? 그 때 진 이유는 앞에서 말한 번역 실수 상황과 유사하다. 자기가 뭐하는지 모르고 둬서 그렇다.

장야친(張亞琴) 바이두 총재=10년이 지나면 AI가 포커와 같은 게임은 물론, 무언가를 묘사하고 답을 내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이길 것으로 보인다. 의학에서도 마찬가지로, IBM의 AI 왓슨은 측정하고 진단을 하는 측면에서 이미 대부분의 의사를 넘어버렸다. 더 잘한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조지아텍에서 만든 AI를 실험해봤는데 대학생을 가르치는 진짜 인간 선생님과 기계 선생님 중에서도 기계 선생님의 성과가 우수했다. 교통 역시도 AI가 발전할 분야다. 자율주행이 그 예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두 방향으로 갈 거다. 한 쪽에서는 기술방면으로 더욱 깊어지겠지만 또 다른 방향에서는 “그렇게까지 발달할 필요없다”면서 가볍게 가자는 분야도 있을 것이다. 기술력 못지 않게 AI의 실용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AI는 중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우월하고 장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부 기사에 나오는 “중국인이 글로벌 인공지능 연구의의 50%를 차지한다”는 주장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아직 그 정도 아닌 듯 하다.

벤 고얼젤 한슨 로보틱스(홍콩 로봇 기업) 수석 연구원=AI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사람들보다 더 잘 하는 분야에서는 당연히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다. AI가 경제적 측면에서도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AI 기업들이 있고 비용을 많이 줄여주는 효과도 가져다준다.

AI의 경우는 인간이 하기 고된 일들을 해낼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이 로봇이 사람을 관찰하고 노인들, 특히 치매 걸린 노인들의 메디컬 데이터를 분석한다. 뇌 정보 등을 분석하고 사람들을 병세가 호전되게 돕거나 미리 도움이 필요하다는 시그널을 주는 ‘AI 닥터’가 될 것이다. 인간을 위해 기여한다는 점에서 AI는 여러분이 두려워하는 ‘터미네이터’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과 홍콩 쪽 모두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중국의 경우 대학 학부들도 좋고, AI 제품들도 품질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자본을 끌어모으는 측면에서는 미국이 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첨단기술일수록 기업과 투자기관이 지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더 많은 벤처캐피탈들이 기술적으로 앞서있는 미국에서의 투자를 선호한다.

루바이(魯白) 칭화대 교수, 중국 인공지능 석학=인류의 뇌는 5가지 능력을 가진다. 일단 감각, 운동, 기억이다. 나머지 두 가지가 인공지능과 연관돼 있다. 바로 정서와 인지다. 여기서 정서는 감정을 말하는 것이다.

인지란 분석을 하고 결정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또 인간에게는 ‘고등 인지’라는 게 있는데 이건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 의미를 알아채는 능력, 상상력, 창조력 등이다. 제가 보기에 이런 고등인지는 아직까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다.

저는 인간과 동물의 다른 점은 딱 하나라고 생각한다. 동물은 2가지만 하면서 산다. 바로 생존과 번식이다. 반면 인류는 적어도 500년 전부터는 자신의 발전방향을 고민해왔다. 그만큼 생존과 번식 외에 또 다른 ‘유산’이 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인간의 사유와 사상이다. 예컨대 아인슈타인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사유와 사상은 인류에게 ‘유산’으로 남아 있다. 그런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생존과 번식 외에 또 하나의 목적을 갖는다. 바로 ‘자기를 희생하고 남을 돕는다’는 것이다.

그게 인간이 스스로 정한 ‘인류의 목적’이다. 생각해보자. 자기 나라만을 위해서는 자동차를 만들고 매연을 내뿜고 하지만 인류는 미래를 위해, 다른 인류를 위해 생각하고 일부를 희생한다.

다른 사람의 이익을 돌보고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는 것. 이것이 AI에게는 아직 없다. 즉, AI가 잘 하는 계산이나 뛰어난 정보처리 등은 인간이 가진 뇌 기능 일부를 ‘외면’한 것으로 보면 된다. 반면 AI는 아직까지 ‘인류의 목적’을 달성하는 측면에서는 인간을 도운 적이 없다. 이것이 AI의 마지막 과제라고 생각한다.

장서우청(張首晟) 스탠포드대학 물리학과 교수=AI는 인간을 이롭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만일 넷플릭스(미국 콘텐츠 스트리밍 업체)에서 당신이 특정 장르의 영화를 즐겨봤다고 치자. 그러면 넷플릭스는 당신 취향에 잘 맞는 영화를 추천하기 시작할 것이다. 교육 분야에서도 AI가 쓰일 수 있다. 가령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데 AI는 학생들 하나하나를 잘 관찰하고 이들의 취향을 데이터로 남겨 분석한다. 어떤 학생이 이과 부분을 싫어한다거나 부족하다면 AI는 그 학생이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할지 유효한 학습방법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이끌어 줄 것이다. 가장 낙관적인 방식의 AI 사용법이다.

글 보아오=차이나랩 서유진, 서울=이승환
제공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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