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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의 ‘두뇌’ 장악한 이스라엘

예루살렘 ‘모빌아이’가보니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하이테크 산업지구인 할 호츠빔(Har Chotzvim).

모든 사물 속도·거리 인식해 반응 운전자 손과 발 전혀 쓸 일 없어 충돌 위험 땐 날카로운 경고음 초보 운전자도 안전 걱정 없어

지난달 27일 이곳에 위치한 ‘모빌아이(Mobileye)’ 본사를 방문해 직접 자율주행차에 타 봤다. 모빌아이는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과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독보적인 기업이다. ADAS는 차량에 부착된 센서가 물체를 인식해 충돌 위험 상황에 경보를 주는 안전장치다. 자율주행차의 기본이자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갖춘 세계 완성차 브랜드의 90%가 모빌아이 ADAS를 사용하고 있다.

모빌아이 직원이 양손과 두발을 사용하지 않은 채 자율주행차를 타고 예루살렘의 443번 국도를 달리고 있다. 차량에 장착된 인공지능 솔루션이 상황에 맞게 판단해 목적지까지 스스로 주행한다. [예루살렘=이소아 기자]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로봇’이다. 스스로 알아서 목적지까지 주행하기 때문에 사람(운전자)이 없어도 되고 사람이 있어도 차 안에서 잠을 자거나 커피를 마시며 잡지를 보고 있어도 전혀 문제가 없어야 한다. BMW·포드·구글 등 업계는 이런 차를 2021년까지 대중차로 내놓겠다고 한다. 불과 5년 뒤에 그게 과연 가능할까.

모빌아이 본사 차고에서 하얀 색의 아우디A7 차량이 나왔다. 모빌아이의 자율주행 솔루션을 장착한 차다. 차량 앞 부분에 3개, 양 옆에 4개, 뒤에 1개 등 총 8개의 인공지능 카메라가 달려 도로 주변과 위의 모든 것을 보고 인식한다. 전문 지식을 가진 모빌아이 직원이 운전석에 앉아 설명을 하고, 기자는 조수석에 앉았다. 이 차로 예루살렘 443번 국도 25㎞를 주행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자율주행차는 고속도로와 국도 등 비교적 덜 복잡한 도로에서만 운행할 수 있다.

오전 11시. 쌩쌩 달리는 차량이 적지 않았다. 운전자는 여유롭게 손짓을 해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손과 발을 모두 뗀 상태다. 기자가 “불안하니 핸들에 손이라도 올려놓고 있으라”고 하자 “이 차는 ‘세미(semi) 자율주행차’이기 때문에 손과 발 동작은 필요없지만 눈을 뜨고 앞을 주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미 자율주행차란 3단계 자율주행차로 완전 자율주행차(4단계) 직전 단계다. 긴급 상황시 즉시 수동으로 전환된다. 지난 5월 운전자 사망사고를 일으킨 테슬라의 자율주행차의 경우 아직 기술이 완벽하지 않은데 ‘핸즈프리(hands-free)’모드로 출시된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차는 마치 사람이 운전하듯 움직였다. 앞차가 지나치게 우물쭈물거리자 차선을 바꿔 앞질렀다. 좌측 깜빡이를 넣고 차선을 바꾸려고 하는데 옆 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자 포기하고 속도를 줄인 뒤 뒷 차 앞으로 끼어들었다. 길이 뻥 뚫린 구간에는 최고 제한속도인 시속 100㎞까지 속도를 올렸다. 옆 차선을 달리던 트럭 운전사가 손을 떼고 운전하는 모빌아이 운전자를 내려다보고 한참을 신기하다는 듯 혼잣말하는 모습이 보였다.

서울에선 자가용에 ADAS(모빌아이 630)을 장착하고 복잡한 도심을 운행해봤다. ADAS는 자율주행차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모빌아이 ADAS는 쌍용차 2017형 티볼리를 비롯한 웬만한 최신 차량에 장착돼 있다. 하지만 신차가 아니더라도 블랙박스나 내비게이션처럼 타던 차에 부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설치엔 약 2시간이 걸린다. 백미러 위치에 카메라를, 운전석 앞 유리창 왼쪽 구석엔 동그란 스마트워치 모양의 디스플레이를 달았다. 앞차와 충돌하기 최대 2.7초 전에 경보를 주는데, 운전자가 0.1초부터 설정할 수 있다. 기자는 너무 서둘러 소리가 울리는 게 싫어서 경보 시점을 충돌 전 1.2초로 설정하고, 소리도 가장 작은 1단계로 낮췄다.

평소 하던대로 적당히 끼어들고 속도를 내가며 운전했는데 시작부터 경고음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일단 도로에 들어서면 동그란 화면에 차선과 차가 나타난다. 가시권에 차가 있다는 얘기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앞 차와 내 차의 속도와 거리를 실시간으로 계산해 충돌 위험이 있으면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린다. 기자의 경우 충돌 1.2초전에 울린다. 내 차와 앞 차가 아무리 가깝게 달려도 서로 속도를 유지해 충돌 위험이 없으면 경고음이 울리지 않는다. 화면에는 숫자가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2.5는 내 차가 앞 차 위치에 도착하기 2.5초전, 0.7은 0.7초 전이란 뜻이다. 충돌 가능성이 있는 간격이 되면 화면 속 차 색깔이 녹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뀐다. 한국 운전자들은 깜빡이 넣기에 인색하다. 옆 차선 차량이 멀찌감치 따라오면 좌우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의자에 탑재된 센서가 격렬하게 두 차례 진동한다. 안마기로 엉덩이를 두드리는 듯 하다. 졸음운전을 하다가 갈 지(之)자로 차선을 넘나들 경우라면 잠이 깨는 효과도 있을 것 같았다.

모빌아이 카메라는 자동차와 사람·자전거 등의 생김새를 모두 구분한다. 그래서 사람이나 자전거의 경우 시속 50㎞이하로 달리더라도 충돌 2초 전에 경보음이 울린다. 말 그대로 ‘순식간에’ 벌어질 수 있는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장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125만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선진국 평균수명이 80세를 훌쩍 넘는 가운데 하루에 3400명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뜨는 셈이다. 최근 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자율주행차는 이런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사고 위험이 있는 자율주행차는 ‘달리는 폭탄’일 뿐이다. 글로벌 자동차·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안전을 담보할 기술개발·제휴에 머리를 싸매는 이유다. 모빌아이는 현대모비스와도 ADAS의 핵심인 카메라모듈·반도체칩·소프트웨어에 대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글로벌 보험사 악사(AXA)의 실험조사에 따르면 충돌 1.5초 전에 운전자에게 경보를 주면 교통사고의 90%를 막을 수 있고, 2초 전 경보를 주면 거의 모든 충돌을 예방할 수 있다. 날카로운 경고음이 운전자의 졸음을 깨웠더라면 42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 7월 평창 봉평터널 참사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타까움이 더했다. 한국 정부는 2017년까지 20t이상 트럭과 11m이상 버스 등 약 15만 대의 대형차량에 ADAS 부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예루살렘=이소아 기자
제공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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