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삶 > 염리동 소금길

세월의 발자취가 배어있는

염리동 소금길

고즈넉하다. 이 표현은 고요한 선사를 거닐거나 인적이 드문 산책로를 걸을 때나 어울린다. 번잡한 서울은 이런 표현과 썩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염리동 소금길은 이런 수식어가 잘 들어맞는 곳이다. 자연의 정취에 흠뻑 취할 수 있거나 도심과 동떨어진 듯한 묘한 일탈을 선사해주지는 않는다. 더욱이 소금길 골목은 좁고 비탈져서 걷다 보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험난(?)하다. 그럼에도 골목 곳곳에서는 조용하고 한적한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비록 눈에 보이는 것들은 미로 같은 골목과 오래된 집뿐일 지라도 말이다.

염리동[鹽里洞]은 말 그대로 ‘소금마을’이란 뜻이다. 소금장수들이 많이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과거 전국 장사꾼들이 마포나루에 몰려들던 시절, 대흥동에 커다란 소금창고가 있었다. 그래서 바로 옆 염리동에는 많은 소금장수들이 터를 잡고 살았다. 염리동에서 소금장수들이 사라진 지는 오래지만 대신 그곳에는 이제 ‘소금길’이 마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전신주 번호를 따라 소금길을 걷다

소금길은 염리동이 2012년 서울시 범죄예방디자인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만들어진 길 이름이다. 염리동은 서울시 여성안심귀가서비스가 처음으로 시행된 곳일 만큼 유명한 우범지역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염리동 골목길은 알록달록 색을 입었고, 벽화도 예쁘게 칠해졌다. 곳곳에 CCTV와 비상벨이 설치되고, 유명세로 탐방객이 늘면서 마을은 점차 안전한 장소로 탈바꿈했다.

소금길로 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대역 5번 출구로 나와 5분 정도 쭉 걷다 보면 ‘소금나루’가 눈에 들어온다. 여기가 바로 염리동 소금길의 시작점이다. 소금나루를 마주보고 오른편 골목으로 한발 내딛으면 전신주에 1이라고 적힌 번호가 보인다. 소금길에는 시작 지점부터 끝나는 지점까지 총 69개의 전신주에 번호가 붙어있다. 이 번호만 따라가면 복잡한 염리동 골목에서 길 잃은 염려는 결코 없다.

소금길은 A코스와 B코스로 이뤄져 있다. 전문 트레이너가 일일이 골목길을 답사하며 개발한 코스다. 69개의 전신주를 모두 돌면 두 코스를 완주하게 된다. 길이가 총 1.7km라 다 돌려면 약 40분 정도 소요된다. A코스는 가벼운 산책로, B코스는 가파른 언덕을 각오해야 하는 운동로다. 중간중간 운동법도 적혀 있고, 계단을 오를 때마다 소모되는 칼로리와 늘어나는 수명이 적혀있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염리동마을공동체가 만들어낸 ‘소금길’

소금길은 주민 주도로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사실 염리동은 오랫동안 재개발 논의로 골머리를 앓았었던 곳이다. 재개발이 미뤄질수록 동네 주민들의 갈등은 깊어졌고, 한 없는 기다림과 함께 지역은 계속 낙후되어갔다. 이 때문에 염리동은 우범지역이라는 오명까지 얻어야 했다.

소금길은 마을의 안전을 바로잡고 주민들의 갈등을 봉합해주는 역할을 했다. 초기에 소금길 조성 사업은 ‘곧 없어질’ 동네에 ‘괜한 돈 낭비를 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서울형사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프로젝트 1년여만에 범죄에 대한 주민들의 두려움은 13.6%나 감소했다. 주민 만족도는 83.3%로 높아졌고, 범죄 예방 효과 또한 78.6%로 나타났다.

제공 : 웹브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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