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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모바일 은행...

금융업계 새 바람 분다

한 은행의 중견 간부인 최모씨는 얼마 전 참여했던 조찬강연회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강사인 인공지능(AI) 기술 전문가가 소개한 쌍방향 AI스피커가 놀라움과 충격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멀지 않아 현실에 등장하게 될 것이라는 이 스피커는 사람의 질문에 척척 답을 하는, AI기술이 탑재된 스피커다. 부엌에서는 주부의 질문에 따라 조리법을 척척 설명하고 거실에서는 가족의 일원으로 대화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다. 최씨는 “이런 기계가 은행 창구에 자리 잡게 되면 더 이상 은행원이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와 은행원의 미래가 밝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비단 이 간부만의 걱정은 아닐 것이다. 금융업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환경이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계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지만 한국 금융업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 몇 가지 수치만 살펴봐도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2012년 8조7000억원이었던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3년 3조9000억원, 2014년 6조원, 지난해 3조5000억원으로 제 자리 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쪼그라들고 있다. 수익의 질을 설명해주는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지난해 각각 0.16%와 2.14%에 불과했다. 이는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혁신 통해 위기 돌파' 공감대 확산
신기술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해외시장진출·합종연횡도 잇따라

보험업을 둘러싼 환경도 녹록하지 않다. 보험업계는 2020년부터 적용 예정인 새 회계기준(IFRS 2단계) 때문에 업계의 뿌리가 흔들릴 지경이다. 새 회계기준은 자산과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데 이렇게 되면 부채가 지금보다 크게 늘어나게 돼 보험사들은 막대한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보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총 44조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태다. 증권업도 증시 등락에 따라 수익이 좌우되는 천수답식 경영 행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히트 상품이 나오면 너도 나도 ELS 발행에 몰두하는 식의 쏠림 현상도 여전하다. 카드업계 역시 모바일 결제시스템 등의 등장으로 업황이 크게 위축됐다.

이제 변하지 않으면 더 이상 생존을 보장받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다행히 한국 금융업계에는 혁신의 싹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가장 먼저 혁신의 불을 지핀 건 핀테크다. 정보통신(ICT)기술의 발전으로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기술과 서비스의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각 금융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바일의 세계에 뛰어들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아예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에 지분 투자를 했다. 우리은행의 위비뱅크, 신한금융그룹의 써니뱅크, 하나금융그룹의 원큐뱅크 등의 모바일 은행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많은 은행들이 핀테크 기술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상생의 경영도 펼치고 있다.

좁은 한국 땅을 벗어나 세계로 활동무대를 넓히려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현지법인·지점·사무소 포함) 수는 2010년 128개에서 지난해 167개로 30% 이상 늘었다. 자산 규모도 같은 기간 565억 달러에서 882억 달러로 50% 이상 증가했다. 보험사와 증권사의 해외진출도 줄을 잇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과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미국에도 진출하는 등 시장을 점점 넓히고 있다.

합종연횡과 덩치 불리기, 민영화 등을 통해 아예 판을 바꾸려는 시도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정부 소유 금융사가 된지 16년 만에 민영화 절차에 착수했다. 23일 마감된 예비입찰에 18개 투자자가 참여하는 등 흥행에 성공해 민영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의 합병으로 탄생할 자산 규모 7조8000억원의 국내 1위 증권사도 출범을 앞두고 있다.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합병 법인인 KB증권도 탄생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 점포 안에서 은행과 증권·보험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복합점포도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이 변화하기는 어렵지만, 변화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며 “금융업계의 경쟁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상품과 시장을 만들어내면 금융업계는 고부가가치와 성장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제공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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